데이터가 흐르는 조직
전문가 인터뷰: 기술과 IT를 넘어,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되는 통합적인 접근법
조호연

AI가 신기한 실험의 수준을 벗어나 일상과 업무를 가시적으로 변화시키는 흐름이 뚜렷한 시기다. AI를 훈련시키는 재료는 데이터이기에, 데이터를 얼마나 잘 다루고 있는지가 앞으로의 핵심 경쟁력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머신러닝, AI를 활용해 소수 전문가 또는 일부 팀 차원에서 “신기한 발명품”을 내놓은 반짝하는 성공 사례는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 전체 차원에서는 어떨까? 개인의 성과를 넘어 조직이 데이터 기반이 되기 위해선, 전문가 뿐 아닌 조직 구성원 모두의 일상 업무에 데이터가 일일이 스며든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경쟁사 대비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과 동시에,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정책, 가이드,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제로 연구 및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여 저명한 업체인 뉴밴티지 파트너스에서는2023년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고작 응답자들의24%만이 “자사가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되었다”라고 답했고 20%만이 “자사가 데이터 문화가 확립되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1]그래서인지, 이와 같은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 체질 변화를 이루어 낸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이러한 드문 성공 사례로, 맥킨지에서는 “데이터를 전송하던 통신 회사 에릭슨은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나”[2]라는 제목으로 당시 에릭슨의 데이터 인에이블먼트 오피스(Data Enablement Office)[3]의 수장인 소니아 보이어(Sonia Boije)를 인터뷰하여 데이터 기반 변화 관리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소니아의 업적은 북유럽 지역의 데이터 분야 성과를 엄선하는 대회(Data, Analytics and AI Readiness Awards)에서 2022년 데이터 전략 분야[4]및 데이터 리터러시[5]분야에서 수상 받을 만큼 데이터 커뮤니티에서 성공 사례로 공인되었다. 지금은 호주의 기간 통신망을 담당하는 공기업 NBN Co의 CDO (Chief Data Officer, 최고데이터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는 소니아를 시드니 현지에서 딥스킬(DeepSkill) 팀의 조호연 연구소장이 만나 데이터 기반 조직을 구축한 성공 경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데이터는 결국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유행어가 기업들 사이에서 전파되면서, 데이터를 가지고 신기한 발명품을 만드려는 시도가 많았다. 외부에서 영입된 고급 인력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게 빅데이터를 주면 뭔가 나오겠지 하고 기대하는 접근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문제는, 비즈니스 현장과 데이터 활용 간의 괴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일 뿐이지, 조직 구성원 대부분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 이 때의 모습이다. 이러한 괴리를 재빨리 해소해주는 인식 전환이 변화 관리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데이터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데이터가 맥락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맥락 속에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본다면, 데이터에서 “발명된” 신기한 유스 케이스(use case)이더라도 비즈니스 전략과 맞지 않으면 이는 채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리더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 전략을 가장 잘 체화한 것은 리더들이기에, 이들이 변화의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데이터가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자 임원진 개개인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것이 변화 관리의 성공 요인이었다. “왜(Why)” 우리가 데이터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 리더들이 합치되어 있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전도하는 것이 이들이 해주어야 할 일이다. 전 조직 차원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리더들이 소속 사업부 무엇이건 담당 지역이 어디건 상관 없이 데이터를 자신의 주요 아젠다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데이터 기반 혁신에 대한 당위성이 전제됨과 동시에, 전 조직이 “왜”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혁신 초기부터 참여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데이터가 조직의 귀중한 자산이 되게끔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데이터는 회사 내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전사적 이슈이지, IT부서에 국한해서 추진될 과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즈니스 전략에서 데이터 전략이 나오고, 여기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유스 케이스들이 활발하게 나오는 모습이 데이터 기반 조직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CDO의 역할은 기술적인 혁신 뿐 아니라, 문화 그리고 구성원의 행동 변화라는 측면까지도 포함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CDO 조직이 HR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서와 협업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우리 조직에는 데이터를 통한 경쟁 우위를 갖추기 위한 역량이 있는가? 필요한 문화적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전체 비즈니스 전략에 기반하여, 어떻게 혁신 과정을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이러한 넓은 범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CDO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네럴리스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상술한 변화 관리의 핵심은 구성원 모두가 “데이터로 자신의 문제를 풀게끔 마음을 먹게 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가 모여 조직의 DNA를 바꾸고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기반으로의 변화 관리를 이끄는 과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논한 인터뷰 내용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기고된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https://www.newvantage.com/thoughtleadership,포츈 1000 기업을 비롯한 미국 내 대표적인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함

[2] How atech company went from moving data to using data: An interview with Ericsson’sSonia Boije (https://www.mckinsey.com/capabilities/mckinsey-digital/our-insights/how-a-tech-company-went-from-moving-data-to-using-data-an-interview-with-ericssons-sonia-boije)

[3] 데이터 전문가 조직과 현업 간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여 전사 차원의 데이터 활용도를 제고하는 조직

[4] https://hyperight.com/enterprise-data-strategy-of-the-year-nordic-dair-awards-2022/

[5] https://hyperight.com/best-enterprise-data-literacy-program-of-the-year-nordic-dair-awards-2022/

Latest Post